
함께 하는 항암, 점점 지쳐가는 엄마와 나. 우연히 들른 어느 카페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이가 먼저 채팅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다짜고짜 나에게 집의 주소를 물었다. 익일 도착한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꼬깃꼬깃 정성스럽게 신문으로 감싼 포장과 함께 이버멕틴, 메벤다졸, 알로홀, 사탕이 담겨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베푸는 인정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나는 그의 주소가 적힌 택배 상자를 고이 간직해 두고 있다. 어서 일을 구해야 할 것 같다. 갚아야 할 마음의 빗이 가득 쌓이고 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에게 찾아온 병으로 세상이 일그러져 보이기 시작하던 때도 있었다. 오랜 항암으로 지치기 시작하던 때는 모두 놓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2020. 4. 22.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