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엄마를 위한 선물, 솔직히 나를 위한 변명을 샀다. 항암 3년을 맞이하는 지금에서야, 뒤늦게 식이의 중요성을 깨닫고, 항암 중인 환자들이 사용한다는 이웃집 약수터, 아우트리거 방식의 알칼리 육각수를 만들어주는 정수기 한 대를 설치했다. 설마, 이 싸구려 정수기가 엄마의 몸에서 계속 늘어나는 암세포들을 죽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수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언젠가 나는 지금을 돌아보면서, 나도 우리 엄마에게 이것을 설치해 주었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다.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서, 마치 엄마를 위한 선물로 포장하는 내가 너무 부끄럽고, 비참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4기 중반의 선고로부터 약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길어지는 항암치료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엄마는 조용히 내 머리를 끌어안고 부탁했다. "오늘부터 우리 둘만의 비밀." 병원이 선고한 여명이 끝난 지금, 엄마와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나온 과거들이기도 하고, 어쩌면 앞으로의 미래들이기도 하다. 어째서 우리 엄마에게 이런 나쁜 병이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엄마에게 새로운 생명이 선물 된다면...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제발 다시 한번 태어나는 기적이 이루어지기를 눈물로 기도할 뿐이다.
매일 한 컵의 소주로 하루의 시름을 달래던 엄마는 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와서는 자신의 등과 허리 등에 파스를 붙여 달라고 했다. 2018년의 5월,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 버렸다. 약 일주일여만에 나타난 엄마의 몸이 이상했다. 분명히 겨드랑이 쪽에 참외 한 알만한 무엇이 보였다.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안방에 들어간 엄마는 조용히 병원에서 갖고 온 책자를 꺼내놓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의 손에서 책자를 빼앗았다. 암센터에서 준 책자였다. 엄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암이라고..." 곧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엄마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세상에 나와서 눈물이 말라버렸다고 했던 엄마, 그날, 나는 오랜만에 엄마의 눈물을 보았다. 늦었지만, 엄마에게 경..
내 서른 여덟 번째의 생일. 어서 엄마가 나아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적으로, 내 서른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뱃속에서 10개월, 그리고 세상밖으로 나와서 서른 여덟해,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지 모르겠다. 어서 건축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오래 할 수 있고, 안정적인 내 사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제 나이에 쫓긴다. 엄마의 작은 몸이 항암에 잘 견디어 주는 모습이, 내게는 가장 큰 감동이고,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