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입이 짧은 엄마는, 평소 거의 주전부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암이 시작되고, 급격한 체력 저하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엄마는 유난히도 식사 외의 간식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활비의 걱정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화곡역 앞 유명 프렌차이즈 빵집의 빵을 좋아한다. 무척 좋아한다. 빵이면, 다 똑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프렌차이즈 빵집의 빵은 다르다. 어떤 빵을 먹어도, 마치 폭신한 카스텔라처럼, 그리고 쫄깃한 떡처럼, 식감이 좋다. 비록,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빵이지만, 엄마는 이 빵을 무척 좋아한다. 손으로 조금씩 뜯어서 입으로 갖고 가는 움직임이 빨라진다. 말없이 좋아한다는 표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항암과 함께 치솓아 오른 혈당...
6mg, 약 2주 간격. 항암제, 아주 작은 한 알이 보여주는 명현을 두 눈으로 지켜봐 온 나로서는, 이버멕틴 6mg으로는 솔직히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모르겠다. 느낌조차 나지 않는다. 입랜스와 페마라, 그리고 지금은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을 복용 중인 엄마. 지금까지 나는 작은 항암제의 명현으로 엄마의 전신이 터져 나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봐 왔다. 그래서 나는 연 10mg로 제한되는 이버멕틴 단 6mg 2주 간격이, 그렇게 큰 부담이 되는 양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나는 입랜스와 페마라, 그리고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을 복용해 본 적이 없다. 항암과 병행했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인간에게 허락되는 복용량과 관련해서는 의사의 올바른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생충 등을 이유..
약국이 밀집한 역 앞, 나는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약국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는 약국의 약사님들께 이버멕틴의 안정성과 적정 복용량 등을 물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 같이 이버멕틴과 관련해서 인간용으로 진행된 임상 기록이 없어서 어떤 답변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약사님들에게 학교에서 이버멕틴이라는 약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았는지를 물었지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언젠가, 어느 유튜브에서 이미 80년대부터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강변 사상충의 치료를 목적으로 인간에게도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수십 년에 걸친 보건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이미 인간에게서의 적정 복용량과 치사율 등의 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엄마,..
암과의 동행을 시작한 엄마. 어찌 된 일인지 엄마는 암마저도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엄마는 항암의 고통 외에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잠든 엄마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의 온몸 곳곳에는 파스가 붙여져 있었다. 주로 원발 암 쪽의 어깨, 척추, 골반 등, 혼자서 붙이기도 힘든 곳의 파스가 눈에 띄었다. 어째서 엄마는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어째서 엄마는 늘 아프다는 것을 아프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일까. 이미 병원에서 선고한 여명, 엄마의 생물학적 시계는 멈추었다. 항암제는 낫게 해 주는 약이 아니다. 서서히 죽어가도록 도와주는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