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새벽부터 내리쏟아지는 빗소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집을 나설 무렾에는 그 요란했던 빗소리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본원 인근의 어느 지하철역에 내린 나는 다시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엄마를 잠시 길가에 놓아두고, 7번의 일등 당첨자를 나았던 복권집에서 마마퐁을 위한 복권을 샀다. 곧 휴짓조각이 될 것을 알면서... 5월초, 미암학회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주치의 선생님과의 면담. 하지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CT 분석 결과는 좋지 않다. 엄마의 몸 안의 종양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서서히 자라나서 더욱 안 좋아진 상태였다. 결국, 주치의 선생님은 약을 바꾸기로 결정하셨다. 풀베스트란트 중지, 새 항암제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권하셨다. 엄마의 경우, 호르몬 양성, 허투 음..
입랜스+페마라 6싸이클, AC 8차, 아피니토+아로마신 11차, 젤로다 1차를 마치고, 현재 2차가 진행 중. 결국, 폐 전이의 소견으로 오랫동안 복용해 왔던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의 복용은 중지되었고, 항암제는 젤로다로 바뀌었다. 50k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체중의 엄마에게 처방된 젤로다의 복용량은, 1회 500mg짜리 두 알과 150mg짜리 두 알, 일 2회. 그렇게 꾸준히 2주의 복용과 1주의 휴식을 마친 후, 채혈한 결과,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의 사용 중에 급격히 뛰었올랐던 엄마의 혈당은 정상치인 100 미만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좋은 수치를 유지해 왔던 AST, ALT, 총 빌리루빈 등의 수치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오랜 항암으로 지쳐가는 엄마. 나는 주치..
병이 찾아오고 나서는, 입버릇처럼 짐을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 그런 엄마는 오늘도 아침부터 중간 방의 짐을 하나 가득 내다 버렸다. 그릇, 냄비, 시계, 온갖 잡동사니가 죄다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는 곧 다시 그 짐을 집으로 갖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엄마는 내다 버리려고 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모두 다시 집으로 갖고 돌아온 것이다.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의 엄마는, 오늘도 물건들에 하나씩 의미를 달아주고 있다. 결국, 우리 집의 물건들은 모두, 하나하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 의미를 갖고 있어서 쉽게 내다 버릴 수 없는, 쫓아낼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렇다. 모두, 엄마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인 것이다. 나는 지친 엄마를 침상에 눕혀 ..
항암을 시작하던 당시 엄마의 체중은 약 40kg 남짓으로, 지금 현재 엄마의 체중은 50kg을 상회한다. 암의 에너지원인 당, 당의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환자에게 빵을 먹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빵을 내어 주었다. 거의 매일, 내어 주었다. 체중은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했고, 주름으로 가득했던 엄마의 얼굴은 서서히 펴져서 동그라미 빵이 되었다. 이것저것, 좋다나쁘다는 말이 많지만, 결국 환자가 원하는 것을 먹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을 사용 중인 엄마의 혈당은 약 150대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입랜스와 페마라, AC 등을 사용하던 때의 엄마의 혈당은 90~110을 오가는 정도로 정상이었다. 주치의께서는 지금 혈당이 높은 이유는 아피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