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여 년간, 그녀는 엄마를 치료해온 주치의이다. 하지만, 현재 그녀 역시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전절제한 상태로 항암치료 중이다. 만약, 정말로 이버멕틴 외 벤지미다졸 계열의 약이 기적의 항암치료제라면, 어째서 의사인 그녀는 약물치료가 아니라, 수술을 선택한 것일까.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하루였다. 약에 대해서는 의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방을 나서려는 순간,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구충제는, 어머니, 본인의 선택이에요." 어쨌든 의사가 선택한 암의 치료방법은 전절제였다.

오랜 항암의 부작용인 부종으로 이제는 한쪽 팔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가 끓여준 한 그릇. 엄마를 닮은 소박한 한 그릇의 국수 한 사발. 그 따듯한 국수 한 사발에 고명을 대신해서 얹은 빨간 다대기가 일품이었다. 국수의 맛을 알고, 다대기의 맛을 알고, 엄마의 손맛을 알고, 인생의 맛을 알기까지, 약 40회가 지나온 것 같다. 머리를 사발에 박고 먹는, 이 한 그릇의 국수에 배가 부르고, 가슴이 녹아내렸다. 유방암 4기, 우리 엄마에게도 폐암 4기, 김한길과 같은 기적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오늘도, 하루 하나의 추억거리 만들기. 엄마와 나, 부쩍 간식거리에 들어가는 돈이 늘었다. 잘 튀겨진 핫도그. 하지만, 정작 엄마는 핫도그를 단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이미 병원이 준 여명을 뛰어넘은 엄마는, 너무 가쁜 숨을 쉬었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파?" 하지만, 늘 엄마의 대답은 같았다. "안 아파." 도대체 엄마는 얼마나 아픈 것일까. 유방암 4기, 간-뼈 전이, 전신원격 전이, 수술, 방사선치료가 안 되는 우리 엄마. 병원이 선고한 여명은, 첫 내원 당시는 약 반년, 항암이 잘 진행되던 당시는 길어야 최대 1년 반. 이미 병원이 선고한 여명을 뛰어넘은 엄마는 오늘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한다.

입랜스와 페마라, 분명 대단한 약이었다. 유방암 4기 중반, 간, 뼈전이. 전신 원격 전이 상태. 주치의께서는 첫 내원 당시 엄마의 여명을 약 반년으로, 최대한 오래 살아야 1년 반으로 추정한다고 말씀하셨다. 한주먹의 종양은 엄마의 가슴, 겨드랑이를 뚫고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입랜스와 페마라를 복용하면서 서서히 엄마의 몸에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골반이 심각하게 아프다면서, 굼벵이처럼 웅크리고만 있던 엄마의 허리가 펴지고, 걸음걸이가 좋아졌다. 눈으로 보는 약의 반응. 그 밖에도 약 6사이클을 진행 중이던 때, 주치의께서는 간에 전이된 암이 마치 지우개로 지운 듯이 깨끗해졌다고 말씀하셨다. 실감하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내주는 지난날의 기록을 열어보면, 첫 내원 당시 157이었던 엄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