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는 장. 갑자기, 화곡역 앞의 유명 순두부찌개점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어 세운 엄마.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가격이 문제인 것 같다. 검소한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제값'이 아닌 것이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와 나는 극장 아래의 상가에서 작은 뚝배기 요리 전문점을 발견했다. 비교적 싼 가격, 그리고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밥과 반찬을 계속 먹을 수 있다는 광고가 엄마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엄마, 계란 한 알이 추가된 순두부 뚝배기. 나, 돼지짜글이. 곱게 모은 두 손으로 드리는 기도.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모두 돈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입으로 밀어 넣는 나와는 다르게, 엄마는 채 몇 숟가락을 들지 않고 내려놓았다.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이 중단되고, 덱사메타손의 처방도 중단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입랜스+페마라 6싸이클, AC 8차, 아피니토+아로마신 11차, 젤로다 1차를 마치고, 현재 2차가 진행 중. 결국, 폐 전이의 소견으로 오랫동안 복용해 왔던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의 복용은 중지되었고, 항암제는 젤로다로 바뀌었다. 50k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체중의 엄마에게 처방된 젤로다의 복용량은, 1회 500mg짜리 두 알과 150mg짜리 두 알, 일 2회. 그렇게 꾸준히 2주의 복용과 1주의 휴식을 마친 후, 채혈한 결과,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의 사용 중에 급격히 뛰었올랐던 엄마의 혈당은 정상치인 100 미만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좋은 수치를 유지해 왔던 AST, ALT, 총 빌리루빈 등의 수치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오랜 항암으로 지쳐가는 엄마. 나는 주치..
음력의 생일을 좋아하는 엄마, 해마다 엄마의 생일은 돌아다닌다. 달력에서 엄마의 생일을 발견한 나는, 바로 역 앞의 어느 음식점에 들러서 추어탕을 사 왔다. 안타깝게도 호주머니의 사정은 좋지 않았던 나는 일인분, 한 그릇의 추어탕을 사 왔다. 밥과 사리까지 얻어온 나는 엄마의 앞에서, 그 따뜻한 한 그릇을 펼쳐 보였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곧 숟가락 두 개를 갖고 돌아온 엄마는 두 손을 모아서 기도를 시작했다. 둘이 함께하는 한 그릇이었지만, 절반이 넘게 남았다. 내년에는 한 그릇, 한 그릇, 둘이 함께하는 두 그릇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그렇게 우리는 한 그릇의 추어탕으로 한 가지의 추억을 만들었다.
유난히도 입이 짧은 엄마는, 평소 거의 주전부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암이 시작되고, 급격한 체력 저하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엄마는 유난히도 식사 외의 간식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활비의 걱정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화곡역 앞 유명 프렌차이즈 빵집의 빵을 좋아한다. 무척 좋아한다. 빵이면, 다 똑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프렌차이즈 빵집의 빵은 다르다. 어떤 빵을 먹어도, 마치 폭신한 카스텔라처럼, 그리고 쫄깃한 떡처럼, 식감이 좋다. 비록,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빵이지만, 엄마는 이 빵을 무척 좋아한다. 손으로 조금씩 뜯어서 입으로 갖고 가는 움직임이 빨라진다. 말없이 좋아한다는 표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항암과 함께 치솓아 오른 혈당...
약국이 밀집한 역 앞, 나는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약국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는 약국의 약사님들께 이버멕틴의 안정성과 적정 복용량 등을 물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 같이 이버멕틴과 관련해서 인간용으로 진행된 임상 기록이 없어서 어떤 답변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약사님들에게 학교에서 이버멕틴이라는 약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았는지를 물었지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언젠가, 어느 유튜브에서 이미 80년대부터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강변 사상충의 치료를 목적으로 인간에게도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수십 년에 걸친 보건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이미 인간에게서의 적정 복용량과 치사율 등의 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