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가는 엄마를 위한 선물, 솔직히 나를 위한 변명을 샀다. 항암 3년을 맞이하는 지금에서야, 뒤늦게 식이의 중요성을 깨닫고, 항암 중인 환자들이 사용한다는 이웃집 약수터, 아우트리거 방식의 알칼리 육각수를 만들어주는 정수기 한 대를 설치했다. 설마, 이 싸구려 정수기가 엄마의 몸에서 계속 늘어나는 암세포들을 죽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수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언젠가 나는 지금을 돌아보면서, 나도 우리 엄마에게 이것을 설치해 주었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다.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서, 마치 엄마를 위한 선물로 포장하는 내가 너무 부끄럽고, 비참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잡동사니.
2021. 5. 29.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