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3.
아침부터 부산을 떨기 시작한 엄마는, 언제나처럼 깨끗하게 씻고, 언제나처럼 소박하게 차려입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를 앞세워서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 도착한 엄마는 나에게 지금 교회의 형편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목사님께서 자신에게 보내온 돈을 다시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내심, 추측하기에 엄마는 언젠가는 다시 갚아야 하는 마음의 빚이 점점 쌓여가서 괴로워했던 것 같다. 엄마와 나, 우리는 목사님께 받은 그 봉투 안의 돈을, 그대로 고이 다시 새 봉투에 옮겨 담았고, 감사의 말씀과 함께 헌금함으로 밀어 넣었다. 오랜 항암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엄마가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한 나는, 헌금과 기도를 마치고, 곧바로 엄마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엄마는 ..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2020. 5. 3.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