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가는 엄마를 위한 선물, 솔직히 나를 위한 변명을 샀다. 항암 3년을 맞이하는 지금에서야, 뒤늦게 식이의 중요성을 깨닫고, 항암 중인 환자들이 사용한다는 이웃집 약수터, 아우트리거 방식의 알칼리 육각수를 만들어주는 정수기 한 대를 설치했다. 설마, 이 싸구려 정수기가 엄마의 몸에서 계속 늘어나는 암세포들을 죽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수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언젠가 나는 지금을 돌아보면서, 나도 우리 엄마에게 이것을 설치해 주었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다.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서, 마치 엄마를 위한 선물로 포장하는 내가 너무 부끄럽고, 비참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장을 보러 먼 시장에 나갔다가 발견했다. 오비 필굿, 아무리 발포주라고 하지만, 너무 싸서 내 눈을 의심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가격이었다. 과연, 언제까지 행사가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가격을 보고 덥석 집어 들었고, 갖고 나간 핸드 카트에 하나 가득 실었다. 제법 집에서 먼 거리에 위치한 시장의 마트에서 진행되는 행사라서 자주 올 수는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장보기를 포기한 나는 핸드카드에 오비 필굿만을 하나 가득 실었다. 장을 보러 가서 욕망을 하나 가득 품어왔다. 그렇게 나의 욕심으로 오늘의 장을 마친 나는 바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아끼는 스텐리 진공 파인트 잔에 오비 필굿을 따라서 마셨다. 석잔, 그리고 반 잔 정도가 더 나오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술의 맛을 모른다. 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