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두통, 이제는 초점이 맞지 않는 두 눈, 점점 흐트러지는 걸음걸이, 서서히 딱딱하게 굳어가는 혀, 무엇보다 부정확해지는 발음. 오랫동안 엄마를 돌봐왔던 정신과의는, 내가 겪고 있는 불편에 대해서 전형적인 뇌졸중의 전조증상을 우려해서, 인근의 신경과목의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12일,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두통. 마치, 머리가 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파왔다. 순간, 나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는 바로 '뇌졸중'이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는 엄마가 잠든 방으로 찾아갔다. 아마도, 고통 속에서 밤새 성경책을 써 내려가다가 잠든 엄마. 차마, 나는 엄마를 깨울 수 없어서, 성경책에 꽂혀 있던 볼펜을 꺼내서는, 나의 몸..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2020. 7. 31.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