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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08.11.

apr24 2020. 8. 11. 12:33

아침부터, 귀한 손님께서 다녀가셨다.

"집사님!"

바로,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이다.

큰 키의 부 목사님께서는 낮은 우리 집의 현관에 맞추어 머리를 숙이시고는 선물을 건네주셨다. 종이 봉투 안에 담긴 그릇을 열어보니, 아직 따뜻한 탕이 담겨있었다. 목사님께서는 우리 가족 모두가 배가 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따듯한 탕, 하나 가득을 선물로 건네주셨다. 봉투의 밖에 그려진 물고기의 그림으로 미루어, 맑은 추어탕인 것 같다. 요즘, 좀처럼 매운 것은 입에 대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추어탕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부 목사님께서는 엄마 하나만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담임 목사님께서 아픈 교인들 모두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말씀하셨다. 보내온 사람들의 마음도 대단하지만, 밤새 내린 폭우 속에서 이 한 그릇을 담아낸 이름 모르는 이의 정성도 대단하다. 쉽게 입으로 갖고 갈 수 없는 추어탕, 한 그릇이었다. 엄마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곧 무릎을 꿇은 엄마는, 머리를 숙인 채, 두 손을 모아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기도. 하지만, 나도 따라서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서 함께 기도를 드렸다.

엄마에게 병이 찾아오고, 엄마의 교회에 등록하고, 너무 좋은 사람들과 알게 되어서 행복하다.  감동이 함께하는 하루이다.

제발, 기적이 함께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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