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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05.18.

apr24 2021. 5. 18. 02:05

오늘부터 머리와 가슴에서 엄마를 지워나가기 위한 연습을 시작할 것이다.

2018년의 5월 18일,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던 엄마는, 왼쪽 가슴에 하나 가득 큰 혹을 달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엄마, 어찌 된 일인지, 나와 눈이 마주친 엄마는 안방으로 숨어버렸다. 마치 실성한 것처럼, 얌전히 침대의 위에 앉아서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수줍게 웃기만 하는 엄마. 곧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 강철 포로리, 강철퐁, 마마퐁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엄마는 세상이 다 무너져 내려가는 표정으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엄마. 나는 엄마에게 무엇이 그렇게도 서러운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며칠 동안 함께 여행을 다녀온 가방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서 가방을 빼앗아낸 나는, 가방의 속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방 속에서 나온 책자를 보고 너무 놀란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산병원암센터. 동그랗게 몸을 말아서 움추리는 엄마가 이상하다싶은 나는 엄마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발견한 보라색 한 주먹의 종양에 무릎을 꿇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항암으로 정확히 3년, 이제 엄마를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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