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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새벽부터 내리쏟아지는 빗소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집을 나설 무렾에는 그 요란했던 빗소리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본원 인근의 어느 지하철역에 내린 나는 다시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엄마를 잠시 길가에 놓아두고, 7번의 일등 당첨자를 나았던 복권집에서 마마퐁을 위한 복권을 샀다. 곧 휴짓조각이 될 것을 알면서...
5월초, 미암학회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주치의 선생님과의 면담. 하지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CT 분석 결과는 좋지 않다. 엄마의 몸 안의 종양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서서히 자라나서 더욱 안 좋아진 상태였다. 결국, 주치의 선생님은 약을 바꾸기로 결정하셨다. 풀베스트란트 중지, 새 항암제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권하셨다.
엄마의 경우, 호르몬 양성, 허투 음성으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유방암의 경우, 다른 암종보다 식약처를 통해서 허가가 난 약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서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약은 많다고 한다. 단, 이미 유력한 가능성을 가진 약을 거의 다 사용해 버린 상태라서 이제 더는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간호사님의 부정적인 설명에도 씩씩한 엄마는 절대로 울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는 나에게 집에서 싸 온 떡을 내밀어 왔다. 그리고 새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맞으러 혼자서 주사실로 들어갔다.
어떤 약으로 바꾸어도 계속 늘어나는 엄마의 몸속의 암, 아마도 새로 바뀌는 약재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었던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방사선 치료를 더 하신 것 같다. 하지만, 이전에도 방사선과의 선생님께서는 주치의 선생님의 방사선 치료 결정을... 의미가 없는 결정이라면서 단박에 거절했던 예가 있다. 현재, 마마퐁의 몸은 그때보다 더욱 약해져 있는 상태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좋았던 때도 가능성이 없었던 방사선을 함께 병행해서 더욱 빨리 체력을 고갈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집 약수터, 아우트리거 방식의 정수기를 설치했고, 오늘,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유기농 새싹 1kg, 브로콜리 4kg를 주문했다. 이제 6월부터 본격적인 탄수화물, 단백질을 차단하는 식이에 들어간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차단하는 최소의 식사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절대로, 밀을 2차 가공한 빵을 먹이지 않을 생각이다.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것은, 만약 항암 초부터 철저하게 엄마의 손에서 빵을 빼앗았더라면, 기대 여명은 3년 이상으로 더욱 늘어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 항암을 계속해 왔지만, 엄마 몸 속의 암은 늦은 속도로 서서히 늘어왔다. 이제 와서 싸구려 정수기 하나를 더하고,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야채와 유기농 식사를 먹이고, 철저하게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차단하는 식사를 꾸린다고 해서 엄마 몸 속의 암이 극단적으로 줄어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욱 늘어나지 않고, 이 상태로 멈추어 주기만이라도 한다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비록,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식이지만, 어맘와 함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파클리탁셀, AC에 비하면, 그다지 독한 항암제는 아니지만, 다시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이제는 눈물이 말라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새끼퐁이 마마퐁에게 더해 준 것은, 졸피뎀 성분의 스틸녹스를 대신해서 멜라토닌 일 20mg이다. 10mg 2알.
이제 파클리탁셀+멜라토닌 10mg 2알과 함께 본격적으로 스마트팜에서 자란 건전한 유기농 식품을 기본으로 하는 야채 유기농 식사에 들어간다. 불은 살의 육식, 심지어 생선마저도 줄여볼 생각이다. 더한다면, 허기를 달래고 포만감을 높여주기 위해서 생미역, 생미역 귀, 생다시마 등을 추가해 볼 생각이다.
제발, 엄마 몸 안의 암이 성장을 멈추기를...
입랜스와 페마라, AC, 아피니토와 아로마신, 젤로다, 나벨빈, 풀베스트란트, 드디어 파클리탁셀로 넘어왔다. 지난 3년, 참 길고 긴 항암이 이어져왔지만, 단 한 번도 오래 가는 약을 만난 적이 없다. 제발, 이 약을 반년 이상 사용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