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항암의 부작용인 부종으로 이제는 한쪽 팔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가 끓여준 한 그릇. 엄마를 닮은 소박한 한 그릇의 국수 한 사발. 그 따듯한 국수 한 사발에 고명을 대신해서 얹은 빨간 다대기가 일품이었다. 국수의 맛을 알고, 다대기의 맛을 알고, 엄마의 손맛을 알고, 인생의 맛을 알기까지, 약 40회가 지나온 것 같다. 머리를 사발에 박고 먹는, 이 한 그릇의 국수에 배가 부르고, 가슴이 녹아내렸다. 유방암 4기, 우리 엄마에게도 폐암 4기, 김한길과 같은 기적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2020. 5. 2. 23:45

아침 일찍 일어난 엄마, 곧 엄마는 소가 밭을 갈아엎듯이 집안 곳곳을 뒤집어엎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마는 하루 종일 마음의 짐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마대, 수십 자루의 짐을 털어버려야 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바로 구두였다. 유난히 신발, 구두를 좋아했던 엄마. 하지만, 이제 엄마는 그토록 아끼던 구두들을 망설임 없이 버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엄마는, 갑자기 칼국수를 끓이기 시작했다. 양파의 껍질 몇 점, 다시마가 몇 장, 멸치가 한주먹, 엄마는 내가 보는 앞에서 눈으로 칼국수를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오늘, 나는 엄마에게 '칼국수'를 배웠다. 새우 하나 가득, 푸짐한 칼국수, 하지만, 나는 채 몇 젓가락을 먹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떨어지는 눈물은 ..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2020. 4. 5.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