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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난 엄마, 곧 엄마는 소가 밭을 갈아엎듯이 집안 곳곳을 뒤집어엎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마는 하루 종일 마음의 짐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마대, 수십 자루의 짐을 털어버려야 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바로 구두였다. 유난히 신발, 구두를 좋아했던 엄마. 하지만, 이제 엄마는 그토록 아끼던 구두들을 망설임 없이 버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엄마는, 갑자기 칼국수를 끓이기 시작했다. 양파의 껍질 몇 점, 다시마가 몇 장, 멸치가 한주먹, 엄마는 내가 보는 앞에서 눈으로 칼국수를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오늘, 나는 엄마에게 '칼국수'를 배웠다.

새우 하나 가득, 푸짐한 칼국수, 하지만, 나는 채 몇 젓가락을 먹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떨어지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곧 젓가락을 내려놓은 엄마는 내 머리를 끌어안은 채,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흙으로 돌아가."

"이제 엄마가 없어도..."

엄마는 나에게 수목장을 부탁했다.

 

우리는 새우 한 그릇의 칼국수를 끓였지만, 서로 새우만은 먹지 않고 남겨놓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엄마를 잃었다면, 그날부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항암으로 지쳐가는 엄마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평생, 나와 함께 공사장, 전단, 고물상을 전전해 온 엄마, 드디어 하늘의 사다리를 오르려나 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에서는 개 구충제와 관련해서 긍정적인 후기와 부정적인 후기가 함께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는 충분한 양의 구충제를 사 놓았다. 하지만, 차마 엄마에게 먹일 수는 없었다. 약 30일간, 나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알벤다졸 1알씩을 먹어보았다. 그리고 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큰 부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는 없었다. 의사들은 간 수치가 상승하고,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등의 온갖 겁을 주지만, 그다지 나는 별다른 피곤함조차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이 한 알로, 암이 치료될 수 있는지, 의문을 느꼈다.

 

인도의 물류 상황이 개선되면, 이버멕틴을 사서 먹어볼 생각이다. 일단, 내가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먹어 본 다음, 엄마에게 먹일지를 고민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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