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초점이 맞지 않기 시작한 두 눈. 평행감각을 잃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지럼증은 곧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으로 이어졌다. 하루가 지나면, 한 달이 지나면, 한 해가 지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증상은 점점 심각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급차를 타고 실려 간 병원에서, 나는 응급실의 당직 의사로부터 1L 멀티 비타민과 100mL 50g 비타민 B1 수액, 그리고 리버티 정 10mg을 처방받았다. 추정하는 병명은 베르니케 뇌증. 엄마에게 찾아온 병으로, 건강을 잃은 것은 엄마 하나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루 세 번의 멀티 비타민과 비타민 B1 수액의 효과는 대단했다. 몸으로 느끼는 비타민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또렷해지는 초점,..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두통, 이제는 초점이 맞지 않는 두 눈, 점점 흐트러지는 걸음걸이, 서서히 딱딱하게 굳어가는 혀, 무엇보다 부정확해지는 발음. 오랫동안 엄마를 돌봐왔던 정신과의는, 내가 겪고 있는 불편에 대해서 전형적인 뇌졸중의 전조증상을 우려해서, 인근의 신경과목의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12일,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두통. 마치, 머리가 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파왔다. 순간, 나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는 바로 '뇌졸중'이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는 엄마가 잠든 방으로 찾아갔다. 아마도, 고통 속에서 밤새 성경책을 써 내려가다가 잠든 엄마. 차마, 나는 엄마를 깨울 수 없어서, 성경책에 꽂혀 있던 볼펜을 꺼내서는, 나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