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력의 생일을 좋아하는 엄마, 해마다 엄마의 생일은 돌아다닌다. 달력에서 엄마의 생일을 발견한 나는, 바로 역 앞의 어느 음식점에 들러서 추어탕을 사 왔다. 안타깝게도 호주머니의 사정은 좋지 않았던 나는 일인분, 한 그릇의 추어탕을 사 왔다. 밥과 사리까지 얻어온 나는 엄마의 앞에서, 그 따뜻한 한 그릇을 펼쳐 보였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곧 숟가락 두 개를 갖고 돌아온 엄마는 두 손을 모아서 기도를 시작했다. 둘이 함께하는 한 그릇이었지만, 절반이 넘게 남았다. 내년에는 한 그릇, 한 그릇, 둘이 함께하는 두 그릇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그렇게 우리는 한 그릇의 추어탕으로 한 가지의 추억을 만들었다.

평생, 생일이 없었던 엄마. 한심하게도, 암이 찾아오고, 엄마에게 생일이 생겼다. 올해도 초에 불이라도 붙여 보려는 생각으로, 단둘이 먹는 케이크, 하나를 사려고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엄마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의 입맛을 닮은 나 역시도 단 것을 전혀 입에 대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도 먹지 않을 케이크를 집었다가 내려놓은 나는, 평소 엄마가 좋아하는 빵을 몇개 집었다. 빵을 본 엄마는 너무 좋아했다. "생일, 축하해." 그리고 엄마는 웃었다. "양력이 아니라, 음력이다."
내 서른 여덟 번째의 생일. 어서 엄마가 나아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적으로, 내 서른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뱃속에서 10개월, 그리고 세상밖으로 나와서 서른 여덟해,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지 모르겠다. 어서 건축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오래 할 수 있고, 안정적인 내 사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제 나이에 쫓긴다. 엄마의 작은 몸이 항암에 잘 견디어 주는 모습이, 내게는 가장 큰 감동이고,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