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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04.29.

apr24 2020. 4. 29. 11:16

매일 한 컵의 소주로 하루의 시름을 달래던 엄마는 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와서는 자신의 등과 허리 등에 파스를 붙여 달라고 했다. 2018년의 5월,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 버렸다. 약 일주일여만에 나타난 엄마의 몸이 이상했다. 분명히 겨드랑이 쪽에 참외 한 알만한 무엇이 보였다.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안방에 들어간 엄마는 조용히 병원에서 갖고 온 책자를 꺼내놓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의 손에서 책자를 빼앗았다. 암센터에서 준 책자였다. 엄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암이라고..."

곧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엄마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세상에 나와서 눈물이 말라버렸다고 했던 엄마, 그날, 나는 오랜만에 엄마의 눈물을 보았다.

 

늦었지만, 엄마에게 경제적 자유를 선물해 줄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야 했다. 뒤늦게 새로운 직업과 일을 찾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짧은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어서 다시 새로운 일을 찾아서, 돈을 벌어서, 엄마에게 병원에서 주는 약 외의, 다른 약을 선물해 주고 싶다. 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새 일을 찾아야 한다. 아버지라는 사람처럼 되고 싶지 않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엄마처럼 눈물이 말라버리는 것일까.

 

눈물이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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