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7.
지난 수십여 년간, 그녀는 엄마를 치료해온 주치의이다. 하지만, 현재 그녀 역시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전절제한 상태로 항암치료 중이다. 만약, 정말로 이버멕틴 외 벤지미다졸 계열의 약이 기적의 항암치료제라면, 어째서 의사인 그녀는 약물치료가 아니라, 수술을 선택한 것일까.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하루였다. 약에 대해서는 의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방을 나서려는 순간,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구충제는, 어머니, 본인의 선택이에요." 어쨌든 의사가 선택한 암의 치료방법은 전절제였다.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2020. 6. 27. 15:06
05.04.
병이 찾아오고 나서는, 입버릇처럼 짐을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 그런 엄마는 오늘도 아침부터 중간 방의 짐을 하나 가득 내다 버렸다. 그릇, 냄비, 시계, 온갖 잡동사니가 죄다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는 곧 다시 그 짐을 집으로 갖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엄마는 내다 버리려고 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모두 다시 집으로 갖고 돌아온 것이다.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의 엄마는, 오늘도 물건들에 하나씩 의미를 달아주고 있다. 결국, 우리 집의 물건들은 모두, 하나하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 의미를 갖고 있어서 쉽게 내다 버릴 수 없는, 쫓아낼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렇다. 모두, 엄마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인 것이다. 나는 지친 엄마를 침상에 눕혀 ..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2020. 5. 4.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