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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어버린 일기. 예약 시간보다 훨씬 일찍 본원으로 향하는 엄마와 나. 채혈을 마치고, 예약을 접수하고, 체중과 몸무게를 입력하고, 수납을 마친 나는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보다는 따뜻한 햇살을 받을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원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욱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오는 엄마. 나는 그런 엄마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지하 식료품점으로 달려가서 떡을 사 왔다. 하지만, 엄마는 몇 점을 먹고는, 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반복되는 말.
"입맛이 없다."
강행된 파클리탁셀 2차. 그 용량을 1차 120mg에서 2차 85mg로 약 1/3을 줄였다. 낮아진 용량 덕분인지, 조금은 활동성을 되찾은 엄마. 하지만, 여전히 침대 생활 중인 것은 사실이다. 과연, 엄마의 작은 육체는 파클리탁셀 3차까지 갈 수 있을까.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제 엄마에게 남은 약은 여섯에서 일곱 개 정도라고 한다. 그중 우열을 보았을 때, 지금의 약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엄마는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여명을 개선해서 생존 기간을 확보해 나가는 환자였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력한 약을 포기할수록, 엄마의 여명 역시 짧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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