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늦어버린 일기. 예약 시간보다 훨씬 일찍 본원으로 향하는 엄마와 나. 채혈을 마치고, 예약을 접수하고, 체중과 몸무게를 입력하고, 수납을 마친 나는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보다는 따뜻한 햇살을 받을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원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욱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오는 엄마. 나는 그런 엄마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지하 식료품점으로 달려가서 떡을 사 왔다. 하지만, 엄마는 몇 점을 먹고는, 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반복되는 말. "입맛이 없다." 강행된 파클리탁셀 2차. 그 용량을 1차 120mg에서 2차 85mg로 약 1/3을 줄였다. 낮아진 용량 덕분인지, 조금은 활동성을 되찾은 엄마. 하..

하루 이른 방문, 엄마의 부탁대로 다 뿌렸다.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면, 다 나누어 주라는 말에 전부 나누어 주고 돌아왔다. 애초에 이것이 맞을 팔자였다면, 이런 삶을 살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말이면, 휴짓조각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화곡역 앞, 케톤식 식사의 주 열량으로 등장하는 아보카도를 샀다. 정확히는 아보카도, 토마토, 딸기. 내일은, 엄마의 마지막 항암 날이다. 만약, 내일의 항암이 일정대로 진행되어서 엄마가 두 번째 파클리탁셀을 맞게 된다면, 이제 영원히 헤어지게 될 것이다.

아침 첫장, 나는 생선가게에서 아직 살아있는 신선하고, 싱싱한, 전복을 사와서 깨끗히 발라낸 후, 살과 내장을 손질해 나가기 시작했다. 살은 얇게 편을 썰고, 내장은 곱게 갈아냈다. 얇게 참기름을 두룬 냄비에 편을 썬 전복과 적당 양의 야채를 함께 넣어서 볶다가, 쌀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곱게 갈은 전복의 내장을 넣고 물을 부어서 불려갔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전복 7마리와 몇 안 되는 재료로 엄마에게 먹일 죽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침 첫장, 새벽부터 산지에서 올라온 머위, 부추 등을 사서, 유기농 브로컬리와 함께 갈아냈다. 늦었지만, 이렇게 조금씩, 항암에 근접한 식단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아직, 약에 의존하기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