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난히도 입이 짧은 엄마는, 평소 거의 주전부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암이 시작되고, 급격한 체력 저하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엄마는 유난히도 식사 외의 간식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활비의 걱정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화곡역 앞 유명 프렌차이즈 빵집의 빵을 좋아한다. 무척 좋아한다. 빵이면, 다 똑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프렌차이즈 빵집의 빵은 다르다. 어떤 빵을 먹어도, 마치 폭신한 카스텔라처럼, 그리고 쫄깃한 떡처럼, 식감이 좋다.

비록,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빵이지만, 엄마는 이 빵을 무척 좋아한다. 손으로 조금씩 뜯어서 입으로 갖고 가는 움직임이 빨라진다. 말없이 좋아한다는 표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항암과 함께 치솓아 오른 혈당. 평소 1~110 언저리를 웃돌던 엄마의 혈당은, 지금은 공복에 170을 넘을 정도로 위험하다. 아피니토와 아로마신의 부작용 때문이다. 암 환자에게 당은, 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에게서 빵을 끊을 수는 없다. 엄마가 무척 좋아하는 이 소중한 간식을 끊어 버릴 수는 없다. 오히려 항암이 진행되면서 줄어들던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도 바로 이 간식 때문이었다.

 

어서 일을 구해야 한다.

 

반응형

'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17.  (0) 2020.06.17
06.14.  (0) 2020.06.14
06.04.  (0) 2020.06.05
06.03.  (0) 2020.06.03
06.01.  (0) 2020.06.01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