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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03.18.

apr24 2020. 3. 19. 09:44

겨우, 도착한 병원, 나는 서관의 CT실에서 의외의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느 남성이 조영제의 주사를 기다리는 엄마를 미닫이문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한참이 지나서 나타난 엄마는 휠체어에 태워져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한쪽 발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더는 팔에 찌를 곳이 없어서 팔이 아닌 발에 조영제를 놓았던 것 같다. 그렇게 오늘 나는 처음으로 휠체어에 탄 엄마를 보았고, 휠체어의 사용 방법을 배웠다. 휠체어에 탄 엄마는 갓난아이처럼 좋아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CT 촬영을 마치고 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전날, 엄마가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었다. 잡곡밥에 계란 두알, 다진 돼지고기를 볶은 강된장, 양배추, 오징어채 무침, 미나리 볶음,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주섬주섬, 집어서 입에 물어넣는 나와는 다르게 엄마는 전혀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 밥 한 젓가락 집어 물은 엄마, 다시 반찬 한 젓가락 집어 물고는 맵다고 했다. 오랜 항암으로 입안이 다 헐은 엄마는 어떤 것을 먹어도 다 맵다고 한다. 맵다, 짜다, 달다, 시다, 쓰다, 기본의 감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엄마는 어떤 음식이든 한 입을 먹어보고, 자극적이면 무조건 맵다고 말한다.

오후 2시가 되어서 진행된 핵의학과의 진료, 나는 담당 선생님께 뼈 전이가 치료된 환자분들이 있는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극도로 말씀을 아꼈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주치의 선생님과 대화해야 할 일이라는 말씀만 반복했다. 간호사, 안내원, 의사, 모두에게 뼈 전이에 대해서 물어봤지만, 모두 뼈 전이의 치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택시를 잡아세워서 엄마를 태웠다. 하지만, 엄마는 택시 기사에게 집이 아니라,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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