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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04.18.

apr24 2020. 4. 18. 13:21

항암치료로 원발 암이 터져나가서 한쪽 팔을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엄마, 그런 불편한 몸의 엄마는 오늘도 아침부터 복작거리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하나'를 만들어냈다. 바로 토스트라고 보기도, 샌드위치라고 보기도 힘든 '그것'이다. 아주 적절한 재료의 선택, 아마도 계란, 참치, 마요네즈, 양파, 당근 등의 속 재료가 들어간, 냉장고를 옮겨 닮은 '그 맛'이다. 아주 맛있다. 우리 엄마가 만들어주어서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 맛이기 때문에, 돈을 내고도 살 수도 없는 '그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냉장고 맛'이 아니다. 그 맛이다. 나는 한입에 다 털어먹은 반면, 조금씩 오물조물거리던 엄마는 이내 한마디를 내뱉었다.

"맵다."

오랜 항암으로 맵다, 달다, 짜다, 시다, 쓰다, 등의 기본이 감각이 사라진 엄마는 어떤 것을 먹어도 맵다고 한다. 다시 한번 엄마의 것을 조금 뜯어먹어 본 나는, 재료들을 입안에서 굴려보면서 맛을 보았다. 앞으로는, 이것보다, 자극적이지 않은 식사를 준비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나 매운 그맛을 함께 느낄 수 없는 나는 미각이 마비된 바보이다.

 

어쩌면, '그 맛'은 매운 맛이 아니라, 슬픈 맛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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