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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04.26.

apr24 2020. 4. 26. 21:12

갑작스럽게 목사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꼭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까, 지금 당장 교회 2층의 목양실로 찾아와 달라는 부탁.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목양실, 목사님과의 일대일 면담. 나는 엄마의 상태를 묻는 목사님께 솔직히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병원이 선고한 여명은 최대한 길어야 1년 반이지만, 예상보다는 더욱 오래 살아계시고 계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밀실에서, 목사님께서는 나에게 하얀 봉투를 내밀어 오셨다. 상상외의 돈이 담겨있어서 놀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쏟아지는 눈물을 어떻게도 할 수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엄마가 세상에 뿌린 씨앗이 피어나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어머니를 통해서 맺어진 인연들이 하나씩 정리되어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늦었지만, 이제 보다 현실적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엄마에게 보답해야 할 것 같다. 며칠 밤의 고민, 내가 생각하는 다음 직업은 바로 육가공이다. 아무리 세상이 발달해도, 고기를 분해해서 포장해 주는 기계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오래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엄마를 부양할 수 있다면...

하느님, 엄마에게 다시 한번, 새 생명을 내려 주세요.

 

엄마의 몸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해 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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