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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나의 일기장.

05.20.

apr24 2020. 5. 20. 20:54

"더욱 나빠진 것은 없다."

주치의 선생님의 의견은 여전하다. 지금으로서는 더욱 나빠지지 않도록, 현재의 상태를 유지해 보자는 것뿐, 완치의 소식은 없었다. 그래도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은 엄마는, 오늘도 깃털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밤새 끌어안고 있었던 불안함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와 나로서는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더욱 좋아졌다는 한마디가 듣고 싶을 뿐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아픈 엄마의 몸이 더욱 좋아지기를, 새하얀 새털처럼, 흰 피와 뼈와 살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엄마가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 2년여의 항암으로 만신창이가 된 엄마, 이제는 서서히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공기가 좋은 산속에 들어가서 한 번 살아봤으면..."

구충제를 향한 나의 물음에 오늘도 엄마는 묵묵부답이다.

"다음번, CT의 결과를 보고..."

마치, 엄마는 자신이 더욱 나빠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항암으로 지쳐가는 엄마를 지켜봐야 하는 나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엄마가 구충제를 병행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엄마는 병원의 진료,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을 신뢰한다. 현대의학이 엄마를 놓아버리지 않는 한, 엄마가 스스로 구충제를 먹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서 빨리 구충제를 병행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엄마가 암, 그리고 항암의 이중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선고받은 여명은 최대한 길어야 약 1년 반으로, 현재 엄마는 약 2년째 투병 중이다. 항암이 길어질수록, 현대의학의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지는 나의 욕심을, 이제 나는 어떻게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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