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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얻은 기회. 하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나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일 3~4백 마리 이상을 판매하는 유명 프렌차이즈 치킨 전문점의 주방 보조. 처음 출근한 나에게 맡겨진 일은, 바로 파우더. 냉장고에 저장된 미리 손질된 닭을 조리대로 갖고 돌아와서 준비된 파우더 속에 퐁당 빠트려서 고르게, 그리고 얇게 튀김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그렇게 준비한 닭에 물을 뿌려서 파우더와 살의 접착력을 높여주고, 저온 숙성 저장 트레이에 옮겨 닮는 일. 어쩌면 극히 단순한 일일 수도 있다.
오후 3시, 직원들과 함께 식사가 끝나고, 나는 저온 숙성 저장 트레이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양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약 뼈 20마리, 순살 20마리.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후, 여섯 시가 넘어가니까, 알람이 1분에 약 2번 정도씩 울리기 시작했다. 미리 만들어놓은 것들은 이미 다 떨어진 상태, 하지만, 주문은 계속되었다. 조금 더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계속 몸을 움직여 보았다. 하지만, 100마리째를 넘어서는 상황, 더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치킨과 파우더를 버무리는 내 양손의 손가락은 뒤틀어지기 시작했고, 통증은 목을 타고, 등을 타고, 허리를 타고, 장딴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새벽 3시까지도 주문은 계속되었다.
그날, 그렇게 나는 250마리가 넘는 닭을 파우더에 굴렸다. 그리고 내일 사용할 양, 약 40마리분을 미리 만드는 작업을 마쳐놓고, 기름을 교체하고, 거름망을 갈아내고, 작업 종료 후의 조리실을 청소하고...
그렇게 쫓겨났다.
프렌차이즈 음식점의 조직적인 시스템, 전화 응대 서비스, 배달 애플리케이션과의 결합. 익일부터 시작되는 전신 마비의 통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일당, 9만5천 원. 그렇게 일당 9만 5천 원을 호주머니에 넣어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이버멕틴의 가격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약 한 달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을 구매하려면, 한화로 11만 원 정도의 돈이 들기 때문이다.
돌아와서, 조용히 엄마가 잠든 방의 문을 열어 보았다. 곤히 잠든 엄마의 숨소리에 안심하고, 다시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엄마와 약속했다. 고용량 비타민C 주사와 미슬토. 어서 다시 새 일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