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 밀집한 역 앞, 나는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약국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는 약국의 약사님들께 이버멕틴의 안정성과 적정 복용량 등을 물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 같이 이버멕틴과 관련해서 인간용으로 진행된 임상 기록이 없어서 어떤 답변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약사님들에게 학교에서 이버멕틴이라는 약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았는지를 물었지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언젠가, 어느 유튜브에서 이미 80년대부터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강변 사상충의 치료를 목적으로 인간에게도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수십 년에 걸친 보건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이미 인간에게서의 적정 복용량과 치사율 등의 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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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나빠진 것은 없다." 주치의 선생님의 의견은 여전하다. 지금으로서는 더욱 나빠지지 않도록, 현재의 상태를 유지해 보자는 것뿐, 완치의 소식은 없었다. 그래도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은 엄마는, 오늘도 깃털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밤새 끌어안고 있었던 불안함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와 나로서는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더욱 좋아졌다는 한마디가 듣고 싶을 뿐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아픈 엄마의 몸이 더욱 좋아지기를, 새하얀 새털처럼, 흰 피와 뼈와 살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엄마가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 2년여의 항암으로 만신창이가 된 엄마, 이제는 서서히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공기가 ..
엄마, 항암으로 2년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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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손으로 빚어낸 너무 예쁜 한 그릇의 어묵탕, 입안 가득 은은한 바다향이 가득 퍼진다. 나는 이 맛을 영원히 기억해 둘 것이다. 앞으로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할 음식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엄마는 옷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한껏, 부풀어 오른 팔로 모두의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4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너무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는 엄마. 마지막까지, 엄마는 자신의 소임을 다 하고 있다. 엄마를 잊을 수 있을까. 서른여덟 해, 군대에 간 며칠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병원이 선고한 여명을 초월한 엄마. 나는 엄마에게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제발, 엄마도 다시 일어나는 기적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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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지, 배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무려, 약 한 달을 걸려서 받은 micro SD 메모리.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 버린다면, 내 기억 속에서 엄마가 지워지 않도록 영원히 보관해 두고 싶다. 이제 이 저장소에 엄마를 기록하고 추억할 생각이다.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움직임, 엄마의 웃음, 모두, 고이 간직해 두었다가 몰래 꺼내 볼 생각이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 탓에 카메라 한 대를 장만할 수 없었던 엄마는, 늘 나의 입학식과 졸업식이면, 이집 저집, 카메라를 빌리러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제 누구나 갖고 다니는 휴대 전화기 안에 이렇게 좋은 카메라가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대한 많은 엄마와의 기록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나는 기억의 바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