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 하나 가득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두툼한 모차렐라 치즈 블록이 들어간 핫도그, 이제 엄마에게는 하루에 한 번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소중한 간식이 되어버렸다. 요즘, 엄마는 한입을 베어 물면, 쭉쭉 늘어져 내리는 치즈의 재롱에 푹 빠졌다. 먹는 사람에게 맛 이상의 재미를 주는 즐거운 먹거리이다. 엄마에게는 설탕도, 케첩도, 그 어떤 소스도 필요 없다. 단순히, 바싹하게 튀겨진 밀가루 옷의 고소함, 그리고 부드러운 치즈 블록의 짭짤함.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이 둘의 맛이 최고의 조합인 것이다. 매일, 엄마에게 하루 한 개의 핫도그를 선물해 주고 싶다. 평생, 영원히, 함께... 오랫 동안. 정말, 단돈 2천 원이 아깝지 않은 엄마의 친구이다.
약국이 밀집한 역 앞, 나는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약국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는 약국의 약사님들께 이버멕틴의 안정성과 적정 복용량 등을 물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 같이 이버멕틴과 관련해서 인간용으로 진행된 임상 기록이 없어서 어떤 답변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약사님들에게 학교에서 이버멕틴이라는 약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았는지를 물었지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언젠가, 어느 유튜브에서 이미 80년대부터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강변 사상충의 치료를 목적으로 인간에게도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수십 년에 걸친 보건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이버멕틴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이미 인간에게서의 적정 복용량과 치사율 등의 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엄마,..
"더욱 나빠진 것은 없다." 주치의 선생님의 의견은 여전하다. 지금으로서는 더욱 나빠지지 않도록, 현재의 상태를 유지해 보자는 것뿐, 완치의 소식은 없었다. 그래도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은 엄마는, 오늘도 깃털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밤새 끌어안고 있었던 불안함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와 나로서는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더욱 좋아졌다는 한마디가 듣고 싶을 뿐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아픈 엄마의 몸이 더욱 좋아지기를, 새하얀 새털처럼, 흰 피와 뼈와 살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엄마가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 2년여의 항암으로 만신창이가 된 엄마, 이제는 서서히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공기가 ..
엄마, 항암으로 2년을 기록하다.
작은 손으로 빚어낸 너무 예쁜 한 그릇의 어묵탕, 입안 가득 은은한 바다향이 가득 퍼진다. 나는 이 맛을 영원히 기억해 둘 것이다. 앞으로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할 음식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엄마는 옷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한껏, 부풀어 오른 팔로 모두의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4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너무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는 엄마. 마지막까지, 엄마는 자신의 소임을 다 하고 있다. 엄마를 잊을 수 있을까. 서른여덟 해, 군대에 간 며칠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병원이 선고한 여명을 초월한 엄마. 나는 엄마에게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제발, 엄마도 다시 일어나는 기적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