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소박한 살림의 엄마는, 늘 택시비조차 아까워서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다닌다. 하지만, 그런 엄마가 요즘 무엇이든 막우 사들이기 시작했다. 믹서기, 압력밥솥, 전기포트. 하루 종일 갖고 싶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사는 물건이라고 말한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아서, 컴퓨터의 앞으로 돌아와서, 높은 볼륨으로 음악을 틀었다. 과연, 건축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다시 돌아보는 시기이다. 머릿속에는 이버멕틴, 단 한 단어밖에 없다. 엄마를 살려줄 마지막 희망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어서 인도의 물류 상황이 호전되어서 이버멕틴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 내가 먼저 먹어보고, 그다음에 엄마에게 먹여도 될지를 판단해 볼 생각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엄마, 곧 엄마는 소가 밭을 갈아엎듯이 집안 곳곳을 뒤집어엎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마는 하루 종일 마음의 짐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마대, 수십 자루의 짐을 털어버려야 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바로 구두였다. 유난히 신발, 구두를 좋아했던 엄마. 하지만, 이제 엄마는 그토록 아끼던 구두들을 망설임 없이 버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엄마는, 갑자기 칼국수를 끓이기 시작했다. 양파의 껍질 몇 점, 다시마가 몇 장, 멸치가 한주먹, 엄마는 내가 보는 앞에서 눈으로 칼국수를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오늘, 나는 엄마에게 '칼국수'를 배웠다. 새우 하나 가득, 푸짐한 칼국수, 하지만, 나는 채 몇 젓가락을 먹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떨어지는 눈물은 ..
겨우, 도착한 병원, 나는 서관의 CT실에서 의외의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느 남성이 조영제의 주사를 기다리는 엄마를 미닫이문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한참이 지나서 나타난 엄마는 휠체어에 태워져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한쪽 발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더는 팔에 찌를 곳이 없어서 팔이 아닌 발에 조영제를 놓았던 것 같다. 그렇게 오늘 나는 처음으로 휠체어에 탄 엄마를 보았고, 휠체어의 사용 방법을 배웠다. 휠체어에 탄 엄마는 갓난아이처럼 좋아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CT 촬영을 마치고 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전날, 엄마가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었다. 잡곡밥에 계란 두알, 다진 돼지고기를 볶은 강된장, 양배추, 오징어채 무침, 미나리 볶음,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주섬..